오늘 'Blades of Glory'라는 영화를 보고 왔습니다. Saturday Night Live 출신의 코미디 배우인 윌 페렐과 미국식 허무개그의 대명사인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로 인기를 얻은 배우인 존 헤더가 열연한 코미디 영화죠. 윌 페렐은 요새 제가 좋아하는 코미디 배우중의 한명인데 그의 코미디 연기는 정말 웃기고 재밌습니다. 넘어지고 미끄러지는 슬랩스틱 코미디가 그의 주특기이지만 너무 저질스럽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고품격이지도 않아서 많은 세대에게 먹히는 코미디가 그의 장점이죠. 저번 작품인 "Talladega Nights: The Ballad of Ricky Bobby"에서는 나스카 레이스를 주제로 내세웠는데 이번에는 기발하게도 남자와 여자가 짝을 이뤄 출전하는게 당연한 피겨스케이팅에 남자와 남자로 페어를 짜서 출전할다는 재미있는 컨셉을 모티브로 삼았죠.
채즈 마이클 마이클스(윌 페렐)과 지미 멕엘로이(존 헤더)는 남자 피겨스케이팅 부문의 라이벌입니다. 두 사람은 여러모로 대조적이죠.
두사람은 외모부터 차이가 나는데 채즈는 이렇게 우락부락한 마초맨입니다 (거기에 성중독자라는 설정까지).
반면 지미는 갸날픈 외모의 꽃미남입니다, 심지어는 스토커(그것도 남성...)까지 있음.
둘은 전혀 다른 인물들이고 스타일도 틀려서 엄청 서로를 견제하면서 둘의 경쟁은 치열하기 그지 없습니다. 둘은 남성 피규어 스케이팅 월드 챔피언십에서 동점으로 공동 금메달을 획득하지만 결국엔 시상식에서 지나친 경쟁심으로 인해 사소한 다툼으로 시작해 엄청 큰 사고를 일으키고 둘 다 남자 피겨스케이팅 부문에서 영구제명을 당하게 됩니다.
스케이팅을 못하게 된 두사람의 인생은 엄청 초라해집니다. 채즈는 어린이 인형극에서 분장을 하고 스케이팅을 타면서 술에 절어서 지내고 지미는 옜날의 영광은 어디가고 스포츠 용품점에서 일하게 되죠. 그런데 어느날 지미의 스토커가 찾아와서는 지미에게 피겨스케이팅을 다시 할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공합니다, 그건 바로 페어 스케이팅 부분에 참가하는거죠. 그들은 남성 부문에서만 제명됐지 페어는 참가할수 있다는 맹점이 있는 거였죠. 지미는 여성 파트너를 찾아볼려고 하지만 대표시험 마감은 바로 코앞이고 마땅한 사람이 없습니다. 지미는 여성 파트너를 찾으러 다니다가 채즈와 마주치게 되고 아직도 서로를 증오하는 둘은 다투게 되지만 지미의 옛 코치의 조언에 의해 두 사람은 페어 피겨스케이팅 역사상 전후무후한 남성 페어 스케이팅 팀을 짜기로 결심하게 된다는것이 주요 스토리입니다.
이 영화의 재미는 뭐라해도 이 둘이 남성 페어 피겨스케이팅을 하면서 일어나는 헤프닝이 주를 이루죠. 서로를 엄청나게 증오하는 둘이 자신들이 너무나도 못 잊어하는 피겨스케이팅을 다시 하기위해 눈물을 머금고 서로를 보듬어가면서(?) 연습하는걸 보면 정말 포복절도밖에 할수 없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이 사진 하나로 이 영화가 설명이 됩니다. 채즈가 지미의 어느 부분을 받치고 있는게 포인트.
보통 남녀 피겨 스케이팅에서는 저 장면이 문제될게 없겠지만 남자대 남자가 되자마자 저 페어 스케이팅은 정말 폭소의 도가니가 되고 맙니다 ^^; 저도 영화보는내내 웃기만 했는데 제 옆에 앉은 백인 아주머니도 시종일관 박장대소를 그치지 않더군요.
평론가들의 점수도 의외로 후하게 받았고 정말 영화가 시종일관 재미를 잃지 않는다는게 큰 장점입니다. 보통 이런식의 영화는 후반에 들어서 뭔가 난관이 나오게 마련인데 물론 이 영화도 그 공식을 충분히 따릅니다. 문제는 그런 부분에서 보통 코미디 영화들은 재미가 반감되는데 반해 이 영화는 끝까지 재미를 고수한다는게 큰 플러스 요소입니다. 카미오도 재미있는데 실제 유명 피겨 스케이터인 낸시 캐리건이나 사샤 코헨등 실제 인물들도 출연합니다.
또 한가지 재미있는점은 의외로 한국이 영화에 자주 등장하더군요.
영화 초반에 둘이 공동 금메달을 획득했을때 은메달은 한국이었습니다. 실제로는 한국은 남성부문에서는 한번도 메달을 따지 못했다더군요.
영화 중반에 결선에 진출한 그들에게 뭔가 좀 더 확실한 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코치는 그들에게 피겨 스케이팅계에서 금지된 기술인 아이언 로터스(Iron Lotus)를 보여줍니다. 이 기술이 얼마나 처절한지 보통 스케이팅계에서는 누구도 하기를 꺼려해서 오직 '북한'에서만 시도를 했다고 하는 설정입니다, 그 기술을 보고 경악하는 두사람이죠. 영화상의 재미로 볼수있죠 ^^;
간만에 찬사를 늘어놓은 영화군요, 그만큼의 재미를 보장하는 영화였습니다. 한국에서는 윌 페렐의 지명도가 낮아서 보기 힘든 영화겠지만 북미에 거주하시는 분들이라면 정말 재밌는 코미디 영화가 부족한 지금 시기에 볼만한 영화라고 강추합니다 :) DVD 나오면 꼭 살것 같습니다, 이번 영화로 윌 페렐의 진짜 팬이 된것 같아요 ^^;